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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You & Me (뮤직비디오, 필름촬영, 편집연출)

jayoubaram 2026. 8. 23. 23:27

목차


    가수가 자기 뮤직비디오를 직접 쓰고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제니의 'You & Me'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그 의심부터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다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0년 넘게 블랙핑크를 봐온 저도 이 영상 앞에서는 한동안 멍했으니까요.



    필름 촬영과 슬러그 라인이 만든 영상미

    제니의 'You & Me'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화면의 질감이었습니다. 요즘 뮤직비디오 대부분이 4K 디지털 촬영으로 찍히는 것과 달리, 이 영상은 8mm 또는 16mm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필름 카메라란 디지털 센서 대신 화학적 감광 필름에 빛을 기록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촬영 장비를 말하는데, 이 방식은 특유의 거칠고 따뜻한 입자감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직접 필름으로 찍힌 영상을 편집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 질감은 디지털로 흉내 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스페인 해안가의 여름 햇살 아래서 촬영된 이 영상은 과하게 꾸민 느낌이 없습니다. 조명도, 구도도 절제되어 있고, 노출을 자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이 업계에서 이 정도의 절제미를 필름으로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실제로 뮤직비디오 시장에서는 시각적 자극이 강할수록 조회수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이 영상은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도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영상 곳곳에 등장하는 슬러그 라인(Slug Line)이었습니다. 슬러그 라인이란 시나리오에서 각 장면의 위치와 시간대를 명시하는 장면 설명 헤더로, "INT. 집 - 낮"처럼 표기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영화 대본의 첫 줄에 해당합니다. 제니는 이걸 뮤직비디오 안에 그대로 집어넣었습니다. 이 선택 하나만으로 영상 전체가 마치 한 편의 시나리오를 피칭하는 것처럼 읽히기 시작합니다. 보통 뮤직비디오에서 이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제니가 얼마나 명확한 연출 의도를 가지고 이 작업에 임했는지가 느껴집니다.

    • 필름 카메라 특유의 입자감이 영상 전체에 따뜻하고 사적인 분위기를 형성
    • 슬러그 라인 삽입으로 뮤직비디오를 하나의 시나리오 작품처럼 구성
    • 과도한 노출 없이 로맨틱 긴장감을 시각적으로만 구현하는 절제된 연출
    • 전경과 배경을 분리한 구도로 두 인물의 심리적 거리감을 화면에 구현
    요약: 필름 촬영의 질감과 시나리오 형식의 슬러그 라인이 결합되어,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아닌 하나의 짧은 영화로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편집 규칙을 깨는 방식, 그리고 제니가 직접 연출한다는 것의 의미

    이 영상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편집 방식이었습니다. 영상 편집에는 통상적으로 '연속 편집(Continuity Editing)'이라는 원칙이 존재합니다. 연속 편집이란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논리가 일관되게 이어지도록 컷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관객이 영상을 보면서 현실적인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기본 규칙입니다. 그런데 'You & Me'는 이 원칙을 의도적으로 무시합니다.

    두 인물이 그냥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이 두 번 이어지는 사이, 갑자기 두 사람이 이마를 맞대는 클로즈업이 끼어들었다가 다시 처음 장면으로 돌아오는 컷이 있습니다. 현실적인 시간 흐름으로 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컷 하나로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됩니다. 짧게 보여주고 빼는 방식으로 감정의 온도를 올리는 것인데, 최근 숏폼 콘텐츠에서 자주 보이는 복선 컷 기법과 유사한 접근입니다. 제가 직접 이런 방식을 편집 작업에서 써봤는데, 타이밍이 조금만 틀려도 어색함으로 무너지는 위험한 기법입니다. 제니의 영상에서는 그 타이밍이 정확했습니다.

    또 하나 놀란 건, 제니가 단순히 '감독을 맡은 것처럼 보이게 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상 안에 실제 스토리보드로 보이는 스케치가 등장하고, 대만 모델 나카이에게 직접 T 마크 위치를 가르쳐주는 장면도 나옵니다. T 마크란 촬영 현장에서 배우가 정확한 위치에 서도록 바닥에 표시해두는 기준점으로, 카메라 포커스와 조명을 맞추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이런 장면이 뮤직비디오 안에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는 건, 이게 연출된 연기가 아니라 실제 제작 과정의 일부였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연인보다 못한 사이(Less than a lover)'라는 타이틀 카드가 영상 초반에 등장하면서 두 인물의 관계를 먼저 규정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의 모든 장면이 그 한 문장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손을 잡되 연인처럼 잡지 않고, 키스 직전까지 가지만 결국 닿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이 영상에서 가장 영리한 장치였습니다. 로맨틱 긴장감(Romantic Tension)을 쌓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도 '거의 닿을 것 같지만 닿지 않는 거리'는 가장 오래 기억되는 방식입니다. 로맨틱 긴장감이란 두 인물 사이에 감정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것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관객이 느끼는 불완전한 기대감을 말합니다. 이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해소를 주지 않습니다.

     

    요약: 연속 편집 원칙을 의도적으로 깨고 복선 컷을 활용한 편집, 그리고 실제 연출 과정을 영상 안에 담아낸 방식이 이 뮤직비디오를 단순한 홍보 영상 이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니가 'You & Me' 뮤직비디오를 직접 감독한 게 맞나요?

    A. 네, 제니는 이 뮤직비디오의 작사, 공동 연출, 주연을 모두 맡았습니다. 단순히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명예직이 아니라, 영상 안에 스토리보드 스케치와 실제 촬영 현장 지시 장면이 담겨 있어 실질적인 연출 참여가 확인됩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 단독으로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Q. 필름으로 찍은 뮤직비디오가 요즘도 있나요?

    A. 있긴 하지만 드문 편입니다. 필름 촬영은 현상 비용과 시간, 장비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상업적 영상에서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특유의 질감을 원하는 아티스트들이 간헐적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이 영상처럼 8mm나 16mm 필름으로 촬영한 경우 독특한 시각적 개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Q. 뮤직비디오에 슬러그 라인을 쓰는 게 흔한 연출인가요?

    A.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슬러그 라인은 시나리오 작법의 영역이기 때문에 뮤직비디오에 삽입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 영상에서 슬러그 라인을 쓴 건 "이건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내가 연출한 하나의 단편 영화다"라는 선언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Q. 제니가 선정적이라는 과거 평가는 이번 영상에서도 해당되나요?

    A. 이번 'You & Me'는 그런 평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로맨틱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직접적인 노출이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 긴장감을 구현했습니다. 물론 영상의 분위기 자체가 성숙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과거의 선정성 논란과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결론

    블랙핑크를 10년 넘게 봐온 저에게도 이번 제니의 행보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K-pop 아이돌이 창작과 연출의 영역까지 직접 책임지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의 완성도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놓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빌보드와 같은 해외 미디어도 제니의 솔로 행보를 K-pop의 글로벌 확장 사례로 주목하고 있습니다(출처: Billboard).

    남자 아이돌 쪽에서 BTS가 최정점에 올랐던 것처럼, 여자 아이돌 중에서는 블랙핑크, 그 중에서도 제니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단, "아티스트로서 완성됐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이번 작업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가 됐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K-pop 산업 내에서 아티스트가 크리에이티브 컨트롤을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점이 됐다는 점에서, 이 뮤직비디오는 한 번쯤 꼼꼼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뮤직비디오 자체가 궁금하시다면 직접 보시는 게 가장 빠릅니다(출처: 제니 'You & Me' 공식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