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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REDRED를 봤을 때, 저는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안무도 노래도 뭔가 너무 가볍고 유치하다는 느낌이 먼저 왔거든요. 근데 두 번, 세 번 보다 보니까 이상하게 계속 다시 보게 됐습니다. CORTIS가 딱 그런 팀입니다. 멋없어 보이는 걸 멋있게 만들어버리는,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힘이 있는 팀.
군무 퀄리티 — "별거 없는데 왜 이렇게 잘 맞지?"
제가 처음에 이 무대에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바로 군무였습니다. 동작 자체가 화려하지 않아요. 점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난도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뭔가가 딱딱 맞는 느낌이 계속 납니다.
여기서 핵심은 '질감 통일'입니다. 질감 통일이란 같은 동작을 할 때 힘을 주는 정도, 속도, 무게감을 멤버 전원이 동일하게 맞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36초 구간에서 걸리듯 넘어가는 동작이 나오는데, 이걸 세게 치는 것도 아니고 흘리는 것도 아닌 딱 중간 어딘가의 애매한 질감으로 전원이 맞춥니다. 직접 여러 번 돌려봤는데, 이 정도 섬세함을 맞춘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거든요.
군무(Group Choreography)에서 퀄리티를 결정하는 건 동작의 난이도가 아니라 에너지 정렬입니다. 에너지 정렬이란 각 멤버가 내뿜는 힘과 호흡의 방향이 하나로 모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동작이 제각각이어도 에너지가 맞으면 군무처럼 보이고, 반대로 동작이 같아도 에너지가 따로 놀면 군무가 무너집니다. CORTIS의 자유분방해 보이는 섹션이 그럼에도 군무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46초 구간의 리듬감은 제가 이 무대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Happy Feet 변형 동작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Happy Feet은 뛰면서 발을 바깥으로 여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CORTIS는 이걸 비틀면서 진행합니다. 어떻게 보면 변형인데, 어떻게 보면 더 자연스럽습니다. 이 선택 하나로 리듬감이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 36초: 두 번의 걸리는 동작이 서로 다른 질감으로 연출 — 디테일의 정점
- 46초: Happy Feet 변형 — 뛰는 형식이 아닌 비트는 형식으로 리듬감 극대화
- 1분 18초: 에너지가 폭발하는 구간, 리듬 대응이 말 그대로 살아있음
퍼포먼스 — "구린 걸 멋으로 승화하는 경지"
이 부분은 제가 처음엔 좀 갸웃했습니다. 안무를 보면서 '이게 잘하는 건가?' 싶은 순간이 솔직히 한 번은 찾아옵니다. 크게 치는 것도 아니고, 빡빡하게 맞추는 것도 아니거든요. 근데 이게 오히려 잘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퍼포먼스(Performance)에서 어티튜드(Attitude)란 동작의 완성도와 별개로 무대 위에서 어떤 존재감을 내뿜느냐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얼마나 힘차게 추느냐가 아니라, 의도한 감도와 무게감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하느냐의 문제입니다. CORTIS는 이번 무대에서 '건성으로 하는 느낌이지만 필요한 건 다 살린다'는 어티튜드를 정확하게 구현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특히 1분 6초 구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리를 한 번에 바꾸는 게 아니라, 계속 움직이면서 서서히 위치가 바뀌는 방식입니다. 그 감도가 크지도 않고 뚜렷하지도 않은데, 그 '애매한 크기'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진행합니다. 제가 이 구간을 다섯 번 넘게 돌려봤는데, 볼수록 이걸 어떻게 이렇게 유지하나 싶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퍼포먼스 연구자 이지영은 그의 저서에서 "아이돌의 무대 완성도는 동작의 크기보다 내적 일관성에 달려 있다"고 언급합니다(출처: 한국연구재단 KCI). CORTIS가 정확히 그 지점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의상에서도 이 태도가 느껴졌습니다. 연습복처럼 보이는 의상인데 성의 없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 있어 보입니다. 이미지가 실력을 받쳐줄 때만 가능한 연출입니다.
아이덴티티 — "취미로 아이돌 하는 것 같은데 제일 멋있는"
이게 제가 CORTIS를 보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돌던 표현입니다. 자유로운 안무를 보고 있으면, 이 친구들은 마치 아이돌이 본업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이거 아니어도 나는 괜찮아'라는 느낌이요. 근데 묘하게 그게 더 멋있습니다.
아이덴티티(Identity)란 그룹이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고유한 이미지와 방향성의 총합입니다. 단순히 콘셉트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존재 방식입니다. 많은 신인 그룹들이 눌려 있거나 긴장한 티가 납니다. 무대에서 하나라도 틀릴까봐 지나치게 조심하는 모습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CORTIS는 그런 게 없습니다. 멤버 대부분이 어린 나이인데도 그 기죽음이 전혀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케이팝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팬덤이 특정 아이돌에게 매력을 느끼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자신감과 독자적 무대 존재감'이라고 분석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KOCCA). CORTIS가 전 세계에서 반응을 얻고 있는 게 우연이 아닌 셈입니다.
그리고 이 자유로움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닙니다. 무대를 콘서트처럼 끌어올리는 에너지,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정해진 것들을 정확하게 해내는 구조가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이게 그냥 어린 친구들의 패기와 다른 지점입니다. 제 경우엔 이걸 보고 나서야 왜 이 팀이 빅뱅 이후로 이런 걸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ORTIS REDRED 안무가 어려운 편인가요?
A. 동작 자체의 난이도는 높지 않습니다. 외우기 어려운 복잡한 동작들로 구성된 안무가 아니에요. 다만 저는 이 무대를 보면서 '쉬운 동작을 이 퀄리티로 살리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별거 없어 보이는 동작일수록 각자의 실력 차이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거든요.
Q. REDRED 노래가 처음엔 별로였는데 계속 생각나는 이유가 뭔가요?
A. 저도 처음엔 유치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해서 중독되는 구조입니다. 케이팝에서 이런 방식을 '이어웜 전략'이라고 부르는데, 복잡하지 않아서 뇌에 쉽게 각인되고 나중에 자꾸 떠오르는 효과가 있습니다. CORTIS가 의도하고 노린 지점이라고 봅니다.
Q. CORTIS가 신인인데도 왜 이렇게 자신감 있어 보이나요?
A. 제가 이 무대를 여러 번 보면서 든 생각인데, 자신감은 결국 실력에서 나옵니다. 애매한 동작을 이 퀄리티로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기죽을 이유가 없는 거죠. 어린 나이에도 눌려 있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무대에서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Q. CORTIS 무대에서 군무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구간도 있는데 괜찮은 건가요?
A. 의도된 연출입니다. 동작이 달라도 에너지가 맞으면 군무로 기능합니다. CORTIS는 각자 다른 동작을 하면서도 에너지의 크기와 방향이 묘하게 일치하는데, 이게 오히려 자유롭고 자신감 있는 팀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강화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실수가 아니라 전략으로 읽었습니다.
결론
CORTIS REDRED를 처음 봤을 때 유치하다고 느꼈던 저의 첫인상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정확히는 유치한 게 맞는데, 그 유치함을 멋으로 만들어버리는 실력이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질감 통일, 에너지 정렬, 어티튜드라는 퍼포먼스의 본질적인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합니다. 이게 진짜 고수의 방식입니다.
나이도 어리고 이제 막 시작한 팀인데 이 정도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는 게, 솔직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저는 한동안 이 팀을 계속 지켜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