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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곡 하나에 이렇게 반응한 적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KiiiKiii(키키)의 'IDoMe'를 처음 들었을 때, 제가 느낀 건 단순한 "신인치고 잘하네"가 아니었습니다. 대형 기획사도 아닌 스타쉽에서 나온 그룹이 비주얼, 음악, 퍼포먼스를 이렇게 동시에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데뷔 직후부터 이 그룹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데뷔 전부터 달랐던 비주얼 전략
요즘 4.5세대 걸그룹들을 보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비주얼 통일감, 즉 그룹 전체가 하나의 무드 안에서 정돈된 이미지를 갖추는 방식입니다. 아일릿이나 뉴진스 같은 대형주는 물론이고 리센츠, KiiiKiii 같은 성장주들도 이 흐름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KiiiKiii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프리 데뷔 시점부터 Y2K 미디어 코드를 중심으로 한 콘셉트 아래 각 분야 전문가들을 섭외해 아트워크를 차례로 공개했는데, 제가 직접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건 범부의 솜씨가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Y2K 미디어 코드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디지털 문화, 플립폰, 픽셀 그래픽 등의 감성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비주얼 언어를 의미합니다.
멤버들의 공식 프로필도 인스타그램이 아닌 잼 공장 콘셉트의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따로 공개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예쁘게 찍은 사진 몇 장"이 아니라 Y2K 미학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였거든요. 그리고 그 결정타는 역시 'IDoMe' 뮤직비디오였습니다. 별도 프로모션 없이 구름떡 공개만으로 12시간 만에 음원 차트 1위를 찍은 수치는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 Y2K 미디어 코드 기반의 일관된 세계관 구축
- 잼 공장 콘셉트 전용 홈페이지를 통한 프로필 공개
- 별도 프로모션 없이 뮤비 공개 12시간 만에 음원 차트 1위
데뷔 앨범이 보여준 음악적 방향성
데뷔 앨범 '언컷 잼(Uncut Jam)'의 타이틀에서 스타쉽은 일종의 보완 장치를 심어두었습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는 뉘앙스 뒤에는 "아직 완벽하지 않아도 잘 봐달라"는 여지가 담겨 있었죠. 그런데 제가 실제로 앨범을 들어보니 그 장치가 무색할 만큼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크레딧에는 라이언전, 뎀조인체, 백화붐 같은 케이팝 씬의 검증된 이름들 외에도 늘첼리, 골드부다, 장석훈 같은 장르 뮤지션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기에 작가 이스라와 시인 이원 부부까지 참여하면서 가사의 문학적 밀도도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케이팝 제작에서 탑라인(Top-line)이란 멜로디 위에 얹히는 보컬 멜로디와 가사 라인 전체를 설계하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KiiiKiii의 경우 이 탑라인 설계가 각 트랙의 성격에 따라 영리하게 달라진다는 점이 특히 돋보였습니다.
<br">'IDoMe', '데뷔소(Debut Show)', '한 개뿐인'처럼 주체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곡에서는 보컬을 프로덕션 앞으로 끌어당겨 멤버들을 부각시켰고, 'Ground War'나 'There They Go', 'BTG'에서는 보컬이 사운드 안으로 스며들며 하나의 악기처럼 기능했습니다. 제가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면서 느낀 건, 어느 방식에서도 멤버들이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균형감이 이 그룹의 가장 큰 무기라는 확신이 생겼죠.
다만 냉정하게 보면, 지금처럼 팝 보컬 그룹들이 씬 곳곳을 점령한 상황에서 기존 강자들을 밀어낼 만한 날카로운 한 방은 부족했습니다. 귀에 거슬리지 않고 스무스하게 흡수된다는 건 장점이지만, 동시에 결정적으로 강하게 꽂히는 포인트가 아쉬웠다는 게 솔직한 저의 평가였습니다.
404가 만든 분기점, 딜룰루팩의 성과
더블 싱글 '댄싱어'와 '딸기 게임'을 거치면서도 KiiiKiii는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았지만, 대중을 넓게 끌어안기에는 훅킹 요소가 부족했습니다. 여기서 훅킹(Hooking)이란 리스너가 처음 듣자마자 멈추게 만드는 강렬한 멜로디나 리듬 포인트를 의미합니다. 저도 이 시기엔 솔직히 "혹시 이들의 음악이 비주얼의 BGM으로 고착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 걱정을 단번에 날려버린 게 두 번째 앨범 '딜룰루팩(Delulu Pack)'이었습니다. 딜룰루(Delulu)는 영미권 K-POP 커뮤니티에서 유래된 신조어로, '망상'을 뜻하는 영단어 '딜루셔널(Delusional)'에서 파생된 표현입니다. 최근에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꿈도 자신감만 있다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의 밈으로 쓰임이 확장됐는데, KiiiKiii는 이 배경 위에서 "망상도 계획이 되면 그건 새의 목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습니다.
타이틀곡 '404'는 그 메시지를 가장 정확하게 구현한 트랙이었습니다. 서버가 요청한 좌표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의 '404 Not Found'를 "좌표가 없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재해석하면서, "우릴 함부로 규정하지 말라"는 자기애와 자존감의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오메가가 단독 작사로 참여해 그 메시지의 설득력을 강화했고, 런던 노이즈의 손길이 닿은 하우스 프로덕션은 KiiiKiii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가장 샤프한 인상을 남겼습니다(출처: 가온차트).
수치가 그 결과를 증명했습니다. '404'는 멜론 TOP 100 순위권 밖에서 시작했지만, SNS 바이럴을 타고 불과 2주 만에 주요 음원 차트 상단을 점령했습니다. 음반 판매량도 초반 부진을 딛고 초고속 정주행의 탄력을 받으며 꾸준히 상승 중입니다. 제가 직접 차트 흐름을 지켜보면서 이건 팬덤이 만든 숫자가 아니라 음악이 만든 숫자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전략과 진심이 맞닿을 때 생기는 힘
케이팝 씬에서 신인 그룹이 데뷔 1년 안에 이 정도 궤도에 오르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대부분 초반에 주목받더라도 후속작에서 방향을 잃거나, 비주얼 콘셉트와 음악의 결이 어긋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KiiiKiii는 그 흐름을 거슬렀습니다. 프리 데뷔 때의 비주얼 감각을 데뷔 앨범에서 음악적 방향성으로 연결하고, 더블 싱글로 아이덴티티를 이어가다 두 번째 앨범에서 킬링 트랙을 확보하는 과정이 단순한 운이 아닌 설계의 결과로 보입니다. 디스코그래피(Discography)란 한 아티스트가 발매한 음반 전체의 목록을 의미하는데, KiiiKiii의 디스코그래피는 지금까지 일관된 방향성 위에서 점층적으로 쌓여온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출처: 멜론).
물론 '딜룰루팩' 후반부에서 앨범의 주제 의식과 다소 비껴난 트랙들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서사의 결집력이 일부 느슨해졌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완성도를 데뷔 첫 해에 쌓아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 그룹이 단순히 반짝하는 신인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제가 KiiiKiii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이 그룹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직감이 지금은 데이터와 함께 확신으로 굳어졌습니다. 전략과 진심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비로소 씬을 흔들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걸, 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증명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KiiiKiii는 몇 세대 걸그룹인가요?
A. KiiiKiii는 2024년 시즌 이후 데뷔한 4.5세대 혹은 5세대로 분류되는 그룹입니다. 아일릿, 리센츠 등과 함께 이 세대의 주요 그룹으로 언급되며, 비주얼 통일감과 콘셉트 완성도 면에서 동세대 그룹들 사이에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Q. KiiiKiii 소속사가 어디인가요?
A. KiiiKiii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입니다. 스타쉽은 기존에 몬스타엑스, 크래비티, 우주소녀 등을 배출한 중견 기획사로, KiiiKiii는 스타쉽의 기대 이상의 프리 데뷔 퀄리티로 화제를 모으며 데뷔했습니다.
Q. KiiiKiii 404 노래가 왜 갑자기 역주행했나요?
A. '404'는 멜론 TOP 100 순위권 밖에서 시작했지만 SNS 챌린지 바이럴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2주 만에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하우스 프로덕션 기반의 리듬감과 오메가의 타이트한 라이밍이 만들어낸 훅킹 요소가 팬덤 외 일반 대중에게도 자연스럽게 파고든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Q. 딜룰루팩 앨범 전체 평가는 어떤가요?
A. 초반부 '딜루', '언더독스', '404'로 이어지는 흐름은 완성도 높은 사면타 콤보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앨범의 주제 의식에서 다소 비껴난 트랙들이 등장하면서 서사의 결집력이 느슨해졌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KiiiKiii 디스코그래피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앨범으로 평가됩니다.
결론
KiiiKiii를 처음 알게 된 건 'IDoMe' 뮤직비디오 한 편이었습니다. 그 한 편으로 제가 확신했던 건, 이 그룹은 기획사의 밀어주기나 팬덤의 힘이 아닌 음악 자체의 완성도로 성장할 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판단이 '404'의 역주행을 지켜보면서 데이터로 확인되는 순간, 솔직히 뿌듯했습니다.
'딜룰루팩' 이후 KiiiKiii가 어떤 구조물을 다음 위에 세울지가 지금 가장 궁금합니다. Y2K 비주얼 코드 위에 쌓아올린 음악적 레이어가 어느 방향으로 확장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자유분방함과 주체성을 얼마나 유지할지가 이 그룹의 롱런을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반짝할 그룹이 아니라는 건, 이제 씬이 먼저 알아봤습니다.